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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는 늘 “우승 후보”라는 말이 따라붙지만, 막상 스페인·브라질·프랑스·아르헨티나와 나란히 놓고 보면 결정적인 한 끗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팀이다. 스쿼드 자체는 충분히 강하고 밸런스도 좋지만, 승부를 뒤집어버릴 확실한 ‘크랙’의 존재감에서는 다른 팀들보다 살짝 밀리는 인상이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야말이라는 젊은 에이스가 있고, 브라질은 비니시우스의 파괴력이 있다.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이 음바페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고, 아르헨티나는 이제 메시가 중심에서 한 발 물러난 대신 훌리안 알바레스가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이 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존재감이 흐려지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절대적인 크랙”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평가를 받는다. 케인은 전형적인 9번 스트라이커라기보다 플레이메이킹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스타일인데, 이 점이 팀 전술에는 도움이 되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임팩트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잉글랜드의 이런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면 지금보다도 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당시에는 긴 패스 위주의 단순한 축구, 이른바 ‘뻥축구’가 중심이 되면서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그 결과 조별리그 탈락이나 16강에서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의 잉글랜드는 오히려 이름값은 과거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다.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바탕으로 월드컵 4강, 8강에 진출했고, 유로에서는 두 대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체제에서 팀의 안정감과 조직력은 분명히 올라갔지만,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도 분명했다.

이 흐름 속에서 잉글랜드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자국 감독을 선호하는 유럽 축구의 전통을 깨고, 독일 출신 토마스 투헬을 선임한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같은 축구 강국들이 외국인 감독을 앉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투헬은 전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감독이고, 첼시에서 이미 잉글랜드 축구를 경험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을 보면, 픽포드를 중심으로 콘사, 게히, 벤 화이트, 오라일리 같은 수비진, 그리고 벨링엄, 파머, 모건 로저스가 이끄는 중원, 공격에는 케인, 포든, 래시포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처럼 무조건 맨유, 첼시,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 같은 빅클럽 출신으로 채워지는 구조는 아니고, 아스톤 빌라나 뉴캐슬 같은 팀 소속 선수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으로서의 조직력과 완성도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잉글랜드의 성적을 가를 핵심은 명확하다. 8강까지는 충분히 유력한 전력이고, 그 이상 단계인 4강이나 결승에서는 케인의 결정력과 투헬의 전술적 선택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가 관건이다. 팀은 이미 강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중요한 순간을 뒤집을 수 있는 한 방과, 그 한 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