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2부 분데스리가2는 한국 축구와 꽤 특별한 인연이 있는 무대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한국인 선수는 역대 약 2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0년대에는 한 시즌에 여러 명의 한국 선수가 동시에 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동안 그 숫자가 줄어들면서 한국 팬들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되었지만, 2026-27시즌을 앞두고 다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무려 4명의 한국 선수가 독일 2부에서 동시에 뛰게 됐다. 마그데부르크의 윤도영과 이충현, 카를스루어의 권혁규, 그리고 다름슈타트의 이호재가 그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점은 단순히 한국 선수가 네 명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과거 독일 2부에서 한국 선수들이 많았던 2010년대의 모습을 어느 정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번에는 또 다른 세대가 독일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 중 한 명은 윤도영이다. 윤도영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브라이턴 소속으로, 성장을 위해 2026-27시즌 마그데부르크로 한 시즌 임대를 떠났다. 이미 네덜란드에서 임대 생활을 경험한 뒤 독일 2부로 무대를 옮긴 셈이다. 브라이턴 입장에서도 단순히 선수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출전하면서 성인 무대 경험을 쌓게 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마그데부르크에는 윤도영뿐만 아니라 이충현도 합류했다. 이충현은 부천FC 유스 출신으로, 부천 구단 최초의 준프로 출신 선수이자 유럽 무대에 직행한 선수라는 특별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8경기 9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른 뒤 프로 무대까지 빠르게 올라왔고, 이번에는 독일 2부 마그데부르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이충현의 임대 기간은 2027년 6월까지다.
결과적으로 마그데부르크는 2026-27시즌 한국인 유망주 두 명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윤도영은 브라이턴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임대된 선수이고, 이충현은 K리그에서 유럽으로 바로 진출한 어린 공격수다.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독일에 도착했지만,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이 커리어에서 상당히 중요한 성장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권혁규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 권혁규는 프랑스 리그1 낭트에서 뛰다가 2026년 2월 독일 2부 카를스루어로 완전 이적했다. 따라서 단순한 단기 임대가 아니라 독일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카를스루어 역시 권혁규의 큰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 빌드업 과정에서의 안정적인 볼 배급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이호재도 이번 시즌 독일 2부에 합류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약하던 2000년생 스트라이커로, 191cm의 큰 신장을 활용한 제공권과 강력한 슈팅이 장점인 선수다. 2026년 여름 다름슈타트에 입단하면서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도전하게 됐고, 등번호 9번을 받으면서 팀의 공격수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보면 2026-27시즌 독일 2부의 한국인 4명은 각각 상당히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윤도영은 브라이턴에서 임대된 유망주이고, 이충현은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한 신예다. 권혁규는 프랑스 리그1을 경험한 뒤 독일 2부로 완전 이적했고, 이호재는 K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뒤 유럽 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그래서 이번 시즌을 단순히 '한국 선수가 네 명이나 있다'고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 선수들이 다시 독일 2부를 유럽 진출의 중요한 발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독일 2부는 과거에도 한국 선수들에게 상당히 좋은 발판이 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2018년 홀슈타인 킬에 입단하면서 독일 2부에 도전했고, 이후 분데스리가의 마인츠로 올라가 독일 1부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독일 2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분데스리가로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인 경로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 분데스리가의 역대 외국인 선수 기록에서도 이재성은 93경기에 출전한 한국 선수로 기록되어 있다.
과거에는 차두리처럼 독일 무대에서 뛰다가 팀의 승격과 함께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독일 2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해서 반드시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에게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독일 1부 구단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
이번 세대가 특히 기대되는 이유는 선수들의 나이다. 네 명 가운데 윤도영과 이충현처럼 아직 매우 어린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호재와 권혁규 역시 앞으로 커리어를 더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 이재성이 독일 2부에 도전했던 시점과 비교하면 훨씬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를 경험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독일 2부에서 뛰는 것 자체가 분데스리가 진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2부는 피지컬과 경기 강도가 상당히 높은 리그이고,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일찍부터 이런 환경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윤도영과 이충현처럼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선수들이 독일 2부에서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고, 이호재가 스트라이커로서 득점력을 증명하며, 권혁규가 중원에서 주전 경쟁에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역시 '독일 2부에서 활약 → 분데스리가 구단으로 이적 또는 승격 → 분데스리가에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재성이 보여준 길이 바로 이런 모델에 가깝다.
따라서 2026-27시즌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독일 2부를 다시 주목할 만한 시즌이 될 것 같다. 한동안 한국 선수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던 독일 2부에 다시 네 명의 한국 선수가 동시에 등장했고, 그중에는 유럽 정상급 클럽의 유망주부터 K리그 출신 신예까지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번 네 명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는 아직 결과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독일 2부에서 한 시즌을 보내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곳에서 크게 성장해 분데스리가로 올라가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축구의 유럽파를 이야기할 때 흔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같은 최상위 리그부터 생각하지만, 실제로 젊은 선수들에게는 2부리그가 오히려 중요한 성장의 무대가 될 수 있다.
2026-27시즌 독일 2부에서 뛰는 윤도영, 이충현, 권혁규, 이호재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 한국 축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이재성처럼 독일 2부를 발판 삼아 분데스리가까지 올라간다면, 이번 시즌의 네 명은 훗날 한국 축구의 새로운 유럽 진출 흐름을 만든 세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