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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마지막 그랜드슬램인 US오픈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올해 대회는 시작 전부터 유독 많은 이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랭킹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야닉 시너가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불참을 선언했고, 반대로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손목 부상으로 약 4개월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한 뒤 뉴욕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노박 조코비치는 오랜만에 다시 US오픈 우승을 노리고 있고, 알렉산더 즈베레프 역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시너의 불참이다. 시너는 올해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 그리고 윔블던까지 정상에 오르며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 문제로 캐나다와 신시내티 대회를 건너뛴 데 이어 결국 US오픈에도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너 본인 역시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뉴욕에서의 타이틀 방어 기회가 사라졌다. 반가운 소식은 황제 페더러가 이벤트 매치에 나온다는 것이다.

시너의 불참이 아쉬운 이유는 단순히 우승 후보 한 명이 빠졌다는 것 이상이다. 최근 남자 테니스는 사실상 시너와 알카라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선수는 최근 그랜드슬램에서 계속해서 우승 경쟁을 벌이며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직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알카라스가 부상으로 빠졌고, 이번에는 시너가 빠지면서 팬들이 기대했던 두 선수의 맞대결은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US오픈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있었던 '시너 vs 알카라스' 매치업도 결국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알카라스의 출전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알카라스는 손목 부상으로 무려 4개월 동안 실전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비롯해 북미 하드코트 대회까지 건너뛴 뒤 US오픈에서 복귀하게 됐다. 본인 역시 출전을 확정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기 감각과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올라왔느냐는 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알카라스가 본격적인 단식 복귀에 앞서 세레나 윌리엄스와 혼합복식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두 선수는 US오픈 혼합복식 와일드카드를 받았고, 이번 대회에서 실제 코트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세레나 역시 2022년 이후 US오픈 무대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어서 두 선수의 조합 자체가 엄청난 화제가 됐다. 

혼합복식 출전은 알카라스 입장에서도 본격적인 단식 복귀를 앞둔 몸풀기 성격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공식 경기인 만큼 결과도 중요하지만, 4개월 만에 실전을 치르는 선수에게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뉴욕 코트에 적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세레나와 알카라스라는 전혀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두 스타가 함께 코트에 선다는 점만으로도 2026년 US오픈의 가장 특별한 장면 중 하나가 됐다.

반면 알카라스가 빠진 사이 가장 크게 웃은 선수는 알렉산더 즈베레프였다. 알카라스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즈베레프는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향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US오픈에서도 알카라스가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너의 불참은 즈베레프에게도 우승 경쟁의 문을 더욱 넓혀준 셈이다. 


대업에 도전하는 조코비치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가장 주목하고 있을 선수는 역시 노박 조코비치다.

조코비치에게 이번 US오픈은 단순한 한 대회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의 가장 최근 그랜드슬램 우승은 2023년 US오픈이었다. 당시 다닐 메드베데프를 꺾고 자신의 24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하며 마거릿 코트와 함께 역대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 이후 조코비치는 계속해서 25번째 그랜드슬램을 노렸지만 아직 한 번도 추가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알카라스와 시너가 그랜드슬램 무대를 지배하면서 조코비치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2026년 호주오픈에서도 알카라스에게 결승에서 패하며 25번째 메이저 도전이 다시 한 번 좌절됐다. 

최근 3년의 남자 테니스 그랜드슬램 우승 구도를 보면 세대교체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됐는지도 알 수 있다. 알카라스와 시너가 각각 5회씩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며 대부분의 트로피를 가져갔고, 즈베레프 역시 프랑스오픈 우승을 통해 그 흐름에 이름을 올렸다. 조코비치 입장에서는 젊은 두 강자 때문에 계속해서 25번째 우승을 미뤄야 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 US오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시너는 아예 출전하지 않고, 알카라스는 4개월 만의 복귀라는 큰 물음표를 안고 있다. 자연스럽게 조코비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물론 39세의 조코비치에게 체력적인 부담은 여전히 큰 변수다. 그랜드슬램은 단 한두 경기로 끝나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2주 동안 여러 경기를 치르면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조코비치가 가장 잘하는 것도 바로 이런 긴 토너먼트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승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시너가 빠졌다는 점이 크다.

대회 일정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2026 US오픈 전체 일정은 8월 23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되며, 남녀 단식 본선은 8월 30일 일요일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흔히 알려진 '9월 1일 본선 시작'보다는 이틀 빠른 8월 30일부터 본선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남자 단식 결승은 9월 13일 열린다. 

예선은 8월 24일부터 진행되고, 혼합복식 역시 본선 단식보다 먼저 열리는 일정이다.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뉴욕 퀸스에 위치한 USTA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다. 

이번 US오픈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시너가 빠진 상황에서 알카라스가 4개월의 공백을 딛고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즈베레프가 프랑스오픈 우승에 이어 또 하나의 그랜드슬램을 가져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틈에서 조코비치가 마침내 25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도 가장 큰 관심사다.

조코비치에게는 이번 대회가 단순한 우승 도전이 아니다. 2023년 이후 멈춰 있는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다시 움직이고, 자신의 25번째 메이저라는 역사적인 숫자에 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너가 빠졌고, 알카라스는 돌아왔지만 컨디션에 의문이 남아 있으며, 즈베레프는 이미 최근 그랜드슬램에서 정상에 오른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조코비치까지 가세하면서 2026 US오픈 남자 단식은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과연 뉴욕의 마지막 밤에 웃는 선수는 누가 될까. 25번째 메이저를 노리는 조코비치의 반격일지, 부상에서 돌아온 알카라스의 화려한 복귀일지, 프랑스오픈 챔피언 즈베레프의 연속 우승일지 지켜볼 만하다. 그리고 언젠가 성사될 시너와 알카라스의 다음 그랜드슬램 맞대결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도, 이번 US오픈은 그 라이벌 구도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중요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