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이 다시 AAA로 내려가게 되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이 많다. 이번 시즌 AAA에서 시작해 메이저리그에 콜업됐고,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국 다시 마이너리그로 향하게 됐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요소가 더 많다.
우선 타격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혜성은 지난해 빅리그 진출 첫해를 준비하면서 기존의 어퍼 스윙 성향을 상당 부분 수정했다. KBO 시절 특유의 퍼 올리는 느낌의 스윙보다는 훨씬 간결하고 깔끔한 궤적으로 교정하면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최근 타격을 보면 예전 어퍼 스윙 느낌이 다시 나타나는 장면들이 종종 보였다. 자연스럽게 타이밍이 늦어지고 타격 밸런스도 흔들리면서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AAA 강등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이 아니라 타격 메커니즘을 다시 정비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아주 나쁜 수준도 아니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16타수 타율 0.259, OPS 0.651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161타수 타율 0.280, OPS 0.699를 기록했다. 물론 두 시즌 모두 표본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줬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상대 투수들의 분석과 견제가 훨씬 많아진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수비적인 부분은 더욱 긍정적이다. 김혜성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와 유격수 수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좌익수 수비도 소화했고 중견수로도 몇 차례 출전했다. 최근에는 3루수 훈련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메이저리그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의 가치는 매우 높다. 김혜성은 단순한 유틸리티 선수를 넘어 실제로 수비에서 경쟁력을 가진 멀티 포지션 자원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타격이 평균 수준만 유지된다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충분히 남을 수 있는 유형의 선수다.
사실 지난해에도 시즌 시작은 AAA였다. 하지만 한 번 콜업된 이후에는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메이저리그에서 보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팀 사정과 로스터 운영 때문에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구단이 여전히 활용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혜성이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망주가 아니라 실제 빅리그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꾸준히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다저스의 향후 로스터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팀의 베테랑 유틸리티 자원인 로하스가 은퇴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면 김혜성에게 더 큰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 물론 트레이드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저스가 직접 활용하려는 의지가 더 강해 보인다.
결국 이번 AAA 강등은 실패라기보다는 성장 과정에 가깝다. 타격 메커니즘을 재정비하고,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포지션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김혜성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