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내셔널리그도 DH 전면 도입!
야구팬이라면 메이저리그(MLB) 중계를 보다가 9번 타석에 투수가 들어서는 장면을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2022시즌부터 전면적인 지명타자(Universal DH)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식적으로 투수가 타석에 서는 모습은 메이저리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무려 145년간 이어져 온 "투수도 9명의 타자 중 한 명으로서 타석에 서야 한다"는 내셔널리그의 오랜 전통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인데요. 과연 메이저리그는 왜 이 오랜 전통을 포기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타격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투수들의 흥미로운 기록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145년 전통의 종료 : 내셔널리그는 왜 지명타자를 받아들였을까?
아메리칸리그(AL)는 일찌감치 1973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투수 대신 타격 전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게 했습니다. 반면 내셔널리그(NL)는 전통을 중시하며 지명타자 제도를 거부해왔죠.
하지만 결국 내셔널리그도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투고타저(투수 우위, 타자 약세)' 현상의 심화 때문입니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의 구속과 구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타자들이 점수를 내기 힘들어졌습니다. 가뜩이나 점수가 안 나는데, 9번 타석에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 투수가 들어서니 공격의 맥이 뚝 끊기고 게임의 재미가 반감된 것입니다.
최근 메이저리그가 피치클락을 도입하고,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면 도입이 아닌 챌린지 형식)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모두 공격력을 살리고 경기에 속도감을 부여하여 팬들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입니다.
2.'자동 아웃' 투수들 사이에서 빛났던 타격왕 투수들
대부분의 투수들은 타율 1할대 이하거나 심지어 1할도 안 되는 '푼대'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투수 타석이 오면 대부분 번트를 대는 데 그쳤죠. (미네소타, 다저스 등을 거친 마에다 겐타는 알아주는 '번트 달인'이었습니다.) 번트조차 제대로 대지 못하는 투수들은 사실상 '자동 아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방망이를 꽤 매섭게 돌렸던 내셔널리그의 타격왕 투수들이 있었습니다.
- 제이콥 디그롬 (Jacob deGrom) : 통산 타석 383타수, 타율 .204, OPS .489. 디그롬은 마운드에서 6~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본인이 직접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려 승리를 가져오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에이스로 유명했습니다.
- 잭 그레인키 (Zack Greinke) : 통산 타석 584타수, 타율 .225, OPS .598. 투수치고는 엄청난 타격 지표입니다. 만약 투수를 하지 않았다면 타자를 했을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타격 기록과 역대급 홈런
LA 다저스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던 류현진 선수도 내셔널리그 소속이었기에 자주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류현진은 번트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고, 가끔씩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류현진의 통산 타격 성적은 188타수, 타율 .175, OPS .457입니다. 특히 그가 사이영상 2위에 올랐던 커리어 하이 시즌인 2019년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4.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의 수난 시대 (인터리그 규정)
2021시즌까지만 해도 인터리그(AL팀과 NL팀의 교류전) 경기 때는 홈팀의 리그 규정을 따랐습니다. 즉, 내셔널리그 팀이 아메리칸리그 홈구장에 가면 지명타자를 썼고, 반대로 아메리칸리그 팀이 내셔널리그 홈구장으로 오면 AL 투수들도 강제로 타석에 서야 했습니다.
평소 타격 연습을 전혀 하지 않던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죠.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이자 당시 뉴욕 양키스(AL) 소속이었던 다나카 마사히로의 경우, 통산 174타수 동안 타율 .037, OPS .108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평소 타석에 자주 들어서던 내셔널리그 투수들이 타격 성적이 훨씬 좋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투수 주요 타격 기록 (지명타자 전면 도입 이전)
| 선수 이름 | 주요 소속 리그 | 통산 타수 | 타율 (AVG) | OPS | 비고 |
|---|---|---|---|---|---|
| 잭 그레인키 | NL/AL 혼재 | 584 | .225 | .598 | 투수 중 역대급 타격 재능 |
| 제이콥 디그롬 | NL (메츠) | 383 | .204 | .489 | 직접 타점 내는 에이스 |
| 류현진 | NL (다저스 등) | 188 | .175 | .457 | 2019시즌 1홈런 기록, 번트 달인 |
| 다나카 마사히로 | AL (양키스) | 174 | .037 | .108 | AL 소속으로 인터리그 타석의 어려움 |
요약
지금 야구 입문자들에게는 투수가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는 매우 당연하고 흥미로운 야구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야구의 흐름과 룰은 시대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투수들의 타격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디그롬의 안타나 류현진의 홈런 같은 짜릿한 순간들은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