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 역사에서 추신수가 ‘레전드’로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한 누적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는 무려 16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만 8차례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오래 뛴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팀의 주전 타자로서 신뢰를 받았다는 의미다.
커리어 통산 성적을 살펴보면 1671안타, OPS .824를 기록했으며, 쉽게 말해서 출루율과 장타율을 동시에 갖춘 ‘완성형 타자’였다. 출루 능력은 리그 정상급 수준이었고, 장타력 또한 꾸준히 유지하며 공격 전반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이러한 균형 잡힌 타격 능력은 당시 한국인 타자들 가운데에서도 매우 희소한 유형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은 고액 연봉 계약으로 인해 종종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성적을 보면 결코 실패한 기간이라 보기 어렵다. 7시즌 동안 평균 OPS .778을 기록했고, 20홈런 이상 시즌도 4차례나 만들어냈다. 연봉 대비 ‘가성비’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절대적인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충분히 준수한 활약이었다.
추신수가 더욱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순수 타격’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그는 발이 빠른 유형도 아니고, 수비에서 큰 강점을 가진 선수도 아니었다. 즉, 수비나 주루에서의 부가 가치보다는 오로지 타격 생산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한 선수였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하기 가장 어려운 방식 중 하나다.
세부 지표에서도 그의 가치는 분명하다. 커리어 평균 wRC+는 123으로, 리그 평균이 10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간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100~110이면 준수한 주전, 110~120이면 팀 내 핵심 타자, 120~130이면 리그 상위권으로 평가되는데, 추신수는 커리어 전체로 이 범주에 속했다.
반면 김하성은 다른 유형의 선수다. 뛰어난 내야 수비와 유틸리티 능력을 바탕으로 WAR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타격에서는 OPS .701, wRC+ 99 수준으로 평균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즉, 수비 기여도가 큰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케이스다.
이정후는 현재 OPS .713, wRC+ 100~105 수준으로 아직은 표본이 더 쌓여야 하는 단계다. 컨택 능력과 타격 재능은 분명하지만, 추신수처럼 장기간 리그 상위권 타자로 자리 잡을지는 몇 시즌을 더 지켜봐야 한다.
또한 김혜성, 송성문 등은 아직 메이저리그에서의 표본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 이른 상황이다.
결국 추신수가 재평가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랜 기간 동안, 그것도 수비나 주루가 아닌 ‘타격 하나’로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인 타자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유형의 선수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