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US 오픈 남자 단식이 시작부터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대회 초반부터 가장 큰 이변 중 하나가 발생하면서 이번 대회가 누구도 쉽게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열린 대회’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가장 큰 뉴스의 중심에는 노박 조코비치가 있다. 24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보유한 조코비치는 이번 US 오픈에서 통산 25번째 메이저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었지만, 1라운드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나보네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대회를 너무 일찍 마무리하게 됐다. 나보네는 당시 세계랭킹 49위로, 조코비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이번 승리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경기는 무려 4시간 36분 동안 이어진 접전이었다. 조코비치는 초반 두 세트를 주고받으며 경쟁력을 보여줬고 한때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몸 상태가 급격히 떨어졌다. 구토와 경련, 허리와 어깨 쪽 불편함 등이 겹치면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결국 4세트와 5세트를 연이어 내주면서 패배했다.
이번 탈락이 충격적인 이유는 조코비치의 US 오픈 1라운드 탈락이 2006년 호주 오픈 이후 무려 20년 만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조코비치에게 이번 패배는 단순한 한 경기의 패배를 넘어, 앞으로 그의 몸 상태와 선수 생활을 둘러싼 관심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결과가 됐다.
시너의 불참까지 겹친 2026 US 오픈
이번 대회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조코비치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승 후보가 이미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US 오픈 챔피언이었던 야니크 시너는 오른쪽 무릎 염증 문제로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시너가 빠지면서 대진표 전체의 무게 중심이 상당히 달라졌다.
결국 대회를 앞두고만 해도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 가운데 시너는 불참했고, 조코비치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 역시 부상에서 돌아온 직후라 경기 감각과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올라와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알카라스, 부상 복귀 후 과연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까?
카를로스 알카라스에게도 이번 US 오픈은 상당히 특별한 대회다.
알카라스는 손목 부상으로 약 5개월 동안 단식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뒤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발표된 대진에서도 알카라스는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1라운드에서는 로만 사피울린과 맞붙게 됐다.
문제는 경기 감각이다.
알카라스처럼 폭발적인 움직임과 빠른 방향 전환, 강력한 포핸드를 앞세우는 선수에게 장기간의 공백은 단순히 체력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기에서 필요한 타이밍 감각과 풋워크,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순간적인 움직임까지 모두 실전에서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 알카라스가 어느 정도까지 경기력을 회복했는지는 우승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조코비치가 이미 탈락한 상황에서 알카라스가 자신의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면 다시 한 번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반대로 경기 감각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면 이번 대회 역시 예상보다 훨씬 일찍 탈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가장 유리한 선수는 즈베레프?
이처럼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하나둘씩 변수에 직면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되는 선수는 알렉산더 즈베레프다.
즈베레프는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한다.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메이저 우승 실패’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이제 그는 US 오픈에서도 자신의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하드코트에서 강력한 서브와 묵직한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는 즈베레프에게 US 오픈은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무대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조코비치와 시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이다. 알카라스 역시 장기간의 부상 공백 이후 복귀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즈베레프에게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에게도 부담은 있다. 이제는 ‘그랜드슬램 우승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실제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대와 압박이 더 커졌다. 첫 그랜드슬램 우승 이후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미국 선수들에게도 찾아온 절호의 기회
이번 US 오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미국 선수들의 도전이다.
최근 미국 남자 테니스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지만, 남자 단식에서 미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정상에 오른 것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미국 남자 단식 그랜드슬램 챔피언은 2003년 US 오픈의 앤디 로딕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미국 선수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홈코트에서 열리는 US 오픈이라는 점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힘이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선수는 테일러 프리츠다. 프리츠는 이미 그랜드슬램 결승 무대를 경험한 선수이며, 하드코트에서는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미국의 가장 현실적인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토미 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빠른 코트 커버 능력을 갖춘 만큼 대진과 컨디션이 맞아떨어진다면 깊은 라운드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프랜시스 티아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티아포는 이미 US 오픈에서 두 차례 준결승에 오른 경험이 있으며,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2026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만들어가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여기에 브랜든 나카시마와 떠오르는 신예 러너 티엔까지 미국 선수들의 이름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홈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이 자신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첫 그랜드슬램 우승의 주인공이 나올 가능성
이번 대회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우승 후보가 줄어들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그랜드슬램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상당한 기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시너의 불참, 조코비치의 1라운드 탈락, 알카라스의 부상 복귀라는 세 가지 변수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대회 전체의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졌다.
물론 즈베레프처럼 이미 그랜드슬램 우승을 경험한 선수도 있고, 알카라스처럼 강력한 우승 경험을 가진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이번에는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미국 선수들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프리츠, 티아포, 나카시마, 티엔, 토미 폴 등 여러 선수들이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커리어 최고의 성적에 도전할 수 있다.
미국 남자 선수에게 23년 만의 US 오픈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결국 가장 큰 변수는 알카라스의 몸 상태
이번 대회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알카라스다.
조코비치가 탈락하고 시너가 불참한 상황에서 알카라스가 정상적인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대회 판도는 다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긴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나 체력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즈베레프를 비롯한 여러 선수들에게 훨씬 더 큰 길이 열릴 수 있다.
결국 이번 US 오픈은 단순히 ‘누가 가장 강한가’를 보는 대회가 아니라, 누가 지금 가장 건강하고 안정적인 몸 상태를 가지고 있느냐가 우승 경쟁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될까?
조코비치의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은 이번 US 오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시너는 부상으로 불참했고, 알카라스는 장기간의 부상 공백 이후 복귀했다. 여기에 즈베레프는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노리고 있으며, 미국 선수들은 홈코트의 이점을 등에 업고 오랜 남자 단식 그랜드슬램 우승 가뭄을 끝내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과연 즈베레프가 두 번째 그랜드슬램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인가. 알카라스가 부상 공백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급 경기력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프리츠, 티아포, 토미 폴, 나카시마, 러너 티엔 등 미국 선수 중 한 명이 홈 관중 앞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것인가.
2026년 US 오픈 남자 단식은 그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회가 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불확실성이 이번 대회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