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료된 U23 아시안컵과 연이어 이어지는 A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축구 팬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될 지경입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역대급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우리는 경기장 안에서 전술적 파산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결과가 나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방향성 입니다. 오늘은 겉만 번드르르한 결과 뒤에 숨겨진 한국 축구의 적나라한 민낯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U23 아시안컵의 환상

4강이라는 성적에 속지 마라

한국축구 문제
출처 : thekfa
많은 이들이 "그래도 4강이면 잘한 것 아니냐"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참담함 그 자체입니다.

운 좋았던 8강행

조별리그의 1승 1무 1패는 냉정히 말해 탈락 위기였습니다. 같은 조의 이란이 예상 밖의 '자멸'을 택하며 우리가 어부지리로 올라갔을 뿐, 우리 실력으로 쟁취한 티켓이 아니었습니다.

개인 기량에 연명한 호주전

호주전 2대1 승리는 전술의 승리가 아닌 선수들의 체력과 개인 돌파가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팀 단위의 유기적인 압박이나 약속된 공간 침투는 보이지 않았고, 오직 선수의 발끝에만 운명을 맡겼습니다.

일본전의 전술적 참사

0대1 패배? 스코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경기 내용은 '대학생과 초등학생' 수준의 격차였습니다. 일본은 연장까지 치러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음에도 탄탄한 조직력으로 우리를 농락했습니다. 전반전에 어정쩡하게 수비 라인을 내리고 "버티기"를 시전하다 실점한 뒤, 부랴부랴 라인을 올리는 모습은 동네 축구에서도 보기 힘든 무대책의 극치였습니다. 일본 공격수가 골 결정력만 좋았다면 0대4로 끝나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습니다.


2.한국 축구의 오만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파울루 벤투라는 감독을 통해 현대 축구의 정석을 맛보았습니다. 당시 수많은 언론과 '방구석 전문가'들은 그를 비난했습니다.

"왜 스타 플레이어도 아닌 무명 감독을 데려왔냐"

"한국 축구 정서에 빌드업이 맞느냐"

하지만 벤투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철학을 지켰습니다. 그는 선수 시절의 화려함보다 데이터와 논리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는 강팀을 상대로도 당당히 공을 점유하며 경기를 지배하는 진짜 축구를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요행이 아닌 시스템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소중한 유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3.클린스만의 '방관'과 홍명보의 '혼란'

벤투 이후의 한국 축구는 '관리형 감독'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전술적 암흑기에 진입했습니다.

클린스만

"방목형 축구" 전술 지시는 부족했을지언정 4-3-3이나 4-1-4-1이라는 일관성 있는 틀은 유지했습니다. 최소한 선수들이 "내 자리가 어디인지"는 알고 뛰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전술적 무능은 결국 경질로 이어졌죠.

홍명보

"혼란의 축구": 지금이 더 위험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포백과 쓰리백을 오가며 유연성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정체성 상실입니다. 월드컵이 6개월 남은 시점에서 아직도 주전 포메이션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빌드업은 실종되었고, 수비 간격은 태평양처럼 넓습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공을 잡으면 "이강인 해줘", "손흥민 해줘" 식의 개인 기량에 모든 것을 거는 '무속 축구'로 회귀했습니다.


4.월드컵 D-180

암울한 구시대 축구의 재림

현대 축구는 이제 11명의 선수가 10cm 간격으로 움직이는 체스 게임입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여전히 90년대식 투혼과 경험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전술 변화를 주면 우리 벤치는 얼어붙습니다. 플랜 B는커녕 플랜 A조차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의 임기응변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분데스리가 베스트 수비수, 라리가 출신 천재 미드필더 이들을 데리고 롱볼 축구와 측면 크로스 난사를 하고 있는 모습은 페라리를 타고 밭을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U23 대표팀과 A대표팀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이 전술적 한계는 결국 한국 축구협회의 무능함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실력 있는 전술가보다 다루기 쉬운 인맥을 택한 대가는 혹독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도 라면조차 제대로 못 끓이는 요리사에게 주방을 맡겼습니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전술적 재정비와 시스템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역대급 스쿼드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참사를 생중계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멕시코, 남아공, 유럽플레이오프D, 대한민국이라는 비교적 무난한 편성이지만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도 있습니다. 48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뛰는 축구는 낭만의 시대에나 어울리는 말입니다. 이제는 영리하게 이기는 전술이 한국 축구의 생존을 결정할 유일한 열쇠입니다. 만약 AI(인공지능)가 한국 축구의 전술을 짠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립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